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94

지정학·산업·기후 사이, 한국은 어떤 에너지 선택을 해야 할까? 세 가지 축이 동시에 작동하는 시대 21세기 중반을 향해 가는 지금, 에너지를 둘러싼 환경은 과거 어느 때보다 복잡해졌습니다. 이제 에너지는 단순한 자원 확보 문제가 아니라, 국제 지정학, 산업 경쟁력, 기후 위기 대응이라는 세 가지 갈래의 큰 줄기 속에서 재편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갈래는 서로 충돌하기도 하고, 때론 절묘하게 연결되기도 하면서 각국의 정책 방향에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첫째, 지정학적 관점에서 에너지는 여전히 국가 전략의 핵심 도구입니다. 미국의 셰일가스 독립, 러시아의 가스 수출 압박, 중동의 석유 통제력은 여전히 세계 에너지 시장의 흐름을 바꾸는 주요 변수입니다. 에너지를 통제하는 국가는 군사력 이상의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으며, 이는 한국과 같은 에너지 수입국에게는 생존.. 2025. 5. 9.
한국은 왜 에너지 자립이 어려울까? 원전과 재생에너지 사이의 전략적 선택 우리는 왜 에너지 자립이 어려운가? 대한민국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매우 높은 국가입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에너지공단의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에너지 공급의 약 92% 이상이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석유, 석탄, 천연가스는 대부분 중동, 호주, 러시아, 미국 등 외국에서 수입됩니다. 한국에는 석유·가스·우라늄 등의 에너지 자원이 거의 없으며, 석탄 또한 품질과 채산성 문제로 대규모 채굴이 어렵습니다. 특히 최근 들어 기존 자원의 고갈과 함께 국제 원자재 가격의 변동성이 심화되면서, 에너지 수입 구조의 취약성이 더욱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자원 구조는 한국이 외교적 리스크나 국제 시장의 급변에 매우 취약하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국제 원유가격 폭등으.. 2025. 5. 8.
미국의 LNG 수출과 유럽의 에너지 전략 – 동맹인가 의존인가? 액화천연가스(LNG), 새로운 에너지 외교의 중심 액화천연가스(LNG)는 천연가스를 극저온으로 냉각해 액체 상태로 만든 것으로, 부피가 약 600분의 1로 줄어들기 때문에 파이프라인이 없는 지역으로도 선박을 통해 수송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 덕분에 LNG는 지정학적 리스크를 회피할 수 있는 유연한 자원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2020년대 들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불안, 미중 갈등 등이 격화되면서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핵심 수단으로 부상했습니다. 미국은 셰일가스를 통해 자급자족형 에너지 구조를 구축한 이후, 본격적으로 LNG 수출국으로 전략을 전환했고, 현재는 카타르, 호주와 함께 세계 3대 LNG 수출국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텍사스, 루이지애나 등에 있는 LNG 액화 터미널(Free.. 2025. 5. 7.
에너지 패권은 누가 쥐고 있을까? 중동·러시아·미국의 전략 비교 석유와 권력: 에너지 패권의 시작 에너지 패권(Energy Hegemony)이란 단어는 단순히 석유를 많이 가진 나라를 뜻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에너지를 무기처럼 활용할 수 있는 힘, 그리고 글로벌 시장과 정치질서를 움직이는 역량을 뜻합니다. 20세기 내내 세계 질서를 좌우해온 것은 바로 ‘석유’였고, 그 중심에는 중동 산유국들이 있었습니다. 특히 1973년 1차 오일쇼크는 에너지의 힘이 얼마나 강력한 외교 수단이 될 수 있는지를 전 세계에 각인시킨 계기였습니다. OPEC(석유수출국기구)을 주도하던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이라크 등은 유가를 무기 삼아 서방 세계에 외교적 압박을 가했고, 미국과 유럽은 처음으로 '에너지 안보'라는 개념을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중동은 단순한 자원 공급지.. 2025. 5. 6.
AI는 얼마나 전기를 쓸까? 데이터센터 시대의 에너지 전쟁 AI가 똑똑해질수록, 전기는 더 필요하다 우리는 매일 인공지능(AI)을 사용합니다. 검색엔진, 음성비서, 챗봇, 이미지 생성툴, 추천 알고리즘 등 다양한 분야에서 AI는 이미 일상화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 AI는 마치 보이지 않는 '두뇌'처럼 작동하지만, 실은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저장하고 계산해야 하며, 그 모든 연산이 물리적인 공간, 즉 데이터센터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AI가 복잡한 연산을 수행하려면 고성능 컴퓨터 서버들이 끊임없이 작동해야 하며, 이들은 막대한 전기를 소모합니다. 특히 최근 주목받는 생성형 AI, 예를 들어 GPT 모델이나 이미지 생성 AI는 훈련(training)과 추론(inference) 과정 모두에서 기존 검색 엔진보다 수배 이상의 전력을.. 2025. 5. 5.
기후정책, 왜 나라별로 다를까? 중국·미국·유럽의 방향 비교 정리 기후위기 대응, 나라마다 다른 해석과 전략 기후위기는 전 지구적 문제이지만, 이에 대응하는 방식은 국가마다 확연히 다릅니다. 각국의 경제 구조, 정치 체제, 산업 기반, 외교 전략에 따라 '기후정책'은 각기 다른 모습으로 구현되고 있으며, 그 방향과 우선순위, 실행 방식도 매우 다양합니다. 특히 중국, 유럽연합(EU), 미국은 세계 기후정책의 흐름을 좌우하는 세 핵심 주체로서 서로 다른 전략을 취해왔고, 이것은 한국과 같은 무역 의존도가 높은 나라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유럽연합(EU): 기후위기를 '윤리적 책임'으로 보는 대표주자 유럽연합은 전통적으로 기후위기를 '윤리적 문제'로 접근하는 가장 강경한 진영입니다. 이미 1990년대부터 지속가능한 발전과 온실가스 감축을 중요한 정책 방향으.. 2025. 5.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