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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학·산업·기후 사이, 한국은 어떤 에너지 선택을 해야 할까?

by 업타운 위너 2025. 5. 9.

세 가지 축이 동시에 작동하는 시대

 

21세기 중반을 향해 가는 지금, 에너지를 둘러싼 환경은 과거 어느 때보다 복잡해졌습니다. 이제 에너지는 단순한 자원 확보 문제가 아니라, 국제 지정학, 산업 경쟁력, 기후 위기 대응이라는 세 가지 갈래의 큰 줄기 속에서 재편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갈래는 서로 충돌하기도 하고, 때론 절묘하게 연결되기도 하면서 각국의 정책 방향에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첫째, 지정학적 관점에서 에너지는 여전히 국가 전략의 핵심 도구입니다.

미국의 셰일가스 독립, 러시아의 가스 수출 압박, 중동의 석유 통제력은 여전히 세계 에너지 시장의 흐름을 바꾸는 주요 변수입니다. 에너지를 통제하는 국가는 군사력 이상의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으며, 이는 한국과 같은 에너지 수입국에게는 생존의 문제로 다가옵니다.

 

둘째, 산업의 관점에서는 에너지가 곧 경쟁력입니다.

전기차, 반도체, AI, 데이터센터 등 차세대 산업은 모두 막대한 전력을 필요로 하며, 이 전기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저렴하게, 지속가능하게 확보하느냐가 국가 산업의 경쟁 우위를 좌우하게 됩니다. RE100과 같은 글로벌 친환경 기준도 점점 더 기업들에게 에너지 선택을 압박하고 있고, 한국 기업들 역시 에너지 비용과 탄소배출을 동시에 고려한 경영 전략이 절실한 시점입니다.

 

셋째, 기후 위기 대응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기후재앙의 빈도와 강도가 커지면서, 탄소중립과 에너지 전환은 인류 생존을 위한 전지구적 과제가 되었습니다. 유럽연합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미국의 IRA, 중국의 신재생에너지 대전략 등은 기후와 산업이 동시에 작동하는 구조로 세계 질서를 재편하고 있으며, 이는 한국처럼 무역 의존도가 높은 국가에는 무역장벽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큽니다.

 

에너지 안보, 산업 경쟁력, 기후 위기 대응 사이에서 한국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요? 세 갈래 길의 균형점을 찾는 전략을 짚어보는 '업타운 위너스' 블로그 글의 썸네일 이미지 입니다.
지정학, 산업, 기후: 세 갈래 길에서의 선택 - 업타운 위너스 이미지 제공

 

 

세 개의 선을 어떻게 그을 것인가?

 

세 갈래 길의 교차점에서, 한국은 단순히 방향을 정하는 것을 넘어서 어떻게 균형 있게 길을 연결할 것인지, 어떻게 장기적 관점에서 전략적 우선순위를 조율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즉, 에너지 정책은 어느 한 축에만 집중할 수 없는 입체적이고 유기적인 조율의 기술이 요구되는 영역입니다.

 

기후 위기를 대응하기 위해 전기차 보급을 확대한다고 해도, 전기를 화석연료 기반 발전소에서 생산한다면 탄소저감 효과는 반감되며, 동시에 전력 수요 증가로 LNG 수입 의존도가 오히려 높아질 수 있는 이중 구조에 직면하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산업계의 요구에 따라 전기 요금을 억제하면 재생에너지 생산 기업들의 수익성은 낮아지고, 민간 투자의 위축으로 이어져 장기적 탄소중립 목표에서 멀어질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정책 간의 상충 관계를 사전에 설계하고 조율하는 역량이 정책 성공의 열쇠가 됩니다.

 

또한, 이 교차점은 단지 정부의 문제만이 아닙니다. 지방정부의 에너지 자립 전략, 기업의 ESG 경영, 시민사회의 인식과 참여도 함께 맞물려야 하는 구조입니다. 지방 정부는 지역 특성에 맞는 재생에너지 모델을 제안하고, 기업은 온실가스 감축뿐 아니라 전력조달 방식에 대한 신뢰도를 확보해야 하며, 시민들은 에너지 수요관리의 주체로서 소비 패턴을 바꾸고, 수용성 논의에 적극 참여해야 합니다.

 

대한민국은 지금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기술적 역량은 높지만, 사회적 합의 구조는 취약한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이러한 간극을 메우기 위해서는 기술 로드맵과 함께 사회적 설계도가 함께 움직여야 하며, 이를 통해 한국만의 균형 잡힌 에너지 전환 모델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리하자면

 

지정학의 불안정성, 산업의 경쟁 압력, 기후 위기의 긴박함은 모두가 현실이고 동시에 서로 연결된 문제들입니다. 지금 한국이 해야 할 일은 이 세 갈래의 흐름을 하나의 흐름으로 꿰어내는 연결성의 정치, 그리고 단기성과 상징성을 넘어선 실질적이고 지속가능한 에너지 설계입니다. 그 길 위에, 미래 세대의 삶과 대한민국의 지속가능한 번영이 달려 있습니다.

 

문제는 이 세 갈래의 축이 반드시 같은 방향을 향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에너지 안보를 위해 LNG 수입을 늘리면 탄소 배출이 증가할 수 있고, 탄소중립을 위해 원전 비중을 높이면 지역 갈등과 폐기물 문제가 커지며, 산업 경쟁력을 위해 전력 요금을 낮추면 재생에너지 전환 속도가 늦어질 수 있습니다. 하나의 정책 선택이 다른 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다층적인 트레이드오프 구조 속에서, 각국은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이러한 구조 안에서 더 이상 “하나만을 선택하는 전략”은 통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지정학·산업·기후라는 세 축을 동시에 고려한 입체적 전략이 필요하며, 이는 곧 분야별 소통과 융합, 국민적 합의, 장기적 비전이 동반되어야만 가능한 일입니다. 예컨대, 기후 목표를 유지하면서 산업계의 수용성을 높이려면 재생에너지 전환의 속도 조절, 전력 인프라의 유연성, 세제·보조금 조정 등을 입체적으로 설계해야 합니다.

 

2025년 6월 3일 이후 대한민국의 새 정부가 마주하게 될 에너지 과제는 바로 이러한 다층성에 대한 이해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에너지를 지정학의 문제로만 볼 수 없고, 산업의 생존 전략으로만 다룰 수도 없으며, 기후 윤리의 관점으로만 접근해서도 안 되는 시점입니다. 지금 한국은 세 개의 선이 교차하는 좌표 위에서, 새로운 전략적 곡선을 그려야 할 시기에 놓여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