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94

셰일오일 혁명의 빛과 그림자: 미국 에너지 패권의 기회와 한계 셰일이란 무엇이며, 왜 '혁명'이라 불렸는가? 2000년대 후반부터 미국 에너지 시장에서 등장한 가장 강력한 변화는 단연 셰일오일(Shale Oil)의 등장이었습니다. '셰일'이란 점토와 석회질이 섞인 퇴적암으로, 이 암석 안에 갇혀 있는 석유나 가스는 기존의 방식으로는 꺼내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부터, 이 자원을 꺼낼 수 있는 혁신적인 기술 두 가지가 결합되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이 바로 수평 시추(horizontal drilling)와 수압 파쇄(hydraulic fracturing) 기술입니다. 기존에는 석유를 수직으로 뚫어 추출하는 방식이 주류였다면, 셰일층은 수평 방향으로 길게 퍼져 있어서 수직으로만 뚫는 방식으로는 수율이 낮았습니다. 이에 따라 수직으로 뚫은 뒤 암석을 따라 수.. 2025. 4. 27.
에너지 독립과 에너지 안보, 뭐가 다를까? 수치보다 중요한 구조적 차이 자주 듣는 개념인데, 막상 차이를 묻는다면? ‘에너지 독립(Energy Independence)’과 ‘에너지 안보(Energy Security)’는 뉴스 기사나 정책 발표에서 자주 등장하는 용어입니다. 하지만 이 둘은 비슷해 보이면서도 실제로는 전혀 다른 정책적 개념과 전략적 사고를 담고 있습니다. 이 차이를 이해하는 것은 미국의 에너지 정책뿐 아니라, 한국과 같은 자원 수입국의 미래 전략을 고민하는 데에도 매우 중요합니다. 먼저 에너지 독립이란 말 그대로, 외국의 에너지 자원에 의존하지 않고 자국 내 수요를 충당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다른 나라의 석유나 가스를 수입하지 않아도, 자국에서 필요한 만큼 충분히 생산해서 사용하는 상황을 의미합니다. 이는 주로 석유, 천연가스 같은 화석연료.. 2025. 4. 26.
전략비축유는 단순한 기름 창고가 아니다: 미국 SPR 정책의 정치와 현실 전략비축유는 단지 '비상용 기름 창고'가 아니다 미국 정부가 보유한 전략비축유(SPR, Strategic Petroleum Reserve)는 단순히 국가의 '비상용 기름 창고'로만 이해되기엔 그 의미가 훨씬 더 큽니다. 이 제도는 1970년대 오일쇼크의 경험에서 출발한 것으로,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미국이 공급망 충격에 대비해 만든 국가 차원의 석유 비축 시스템입니다. SPR은 미국 텍사스와 루이지애나 등지의 지하 염동 저장소에 위치해 있으며, 최대 약 7억 배럴에 이르는 원유를 저장할 수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비축 시설입니다. 원칙적으로는 전쟁, 자연재해, 국제 유가 폭등 등 ‘극단적 상황’에서만 비축유를 방출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SPR은 정치적으로도 주목받는.. 2025. 4. 25.
왜 바이든의 탄소중립 정책은 비판받았을까? 에너지, 물가, 안보의 복합 충돌 탄소중립, 누구를 위한 선택이었는가? 바이든 대통령은 2021년 취임 직후, 미국을 다시 파리기후협정에 복귀시키며 본격적인 탄소중립(Net Zero) 정책을 선언했습니다. 이는 2050년까지 미국의 온실가스 순배출을 "제로"로 만들겠다는 목표로, 전 세계적인 기후 대응 흐름에 발맞춘 조치였습니다. 그는 이 과정에서 태양광·풍력 발전 확대, 전기차 인프라 구축, 에너지 고효율 기술 투자 등의 정책을 발표했고, 대규모 친환경 예산이 포함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Inflation Reduction Act)을 통과시키면서 본격적인 녹색 전환을 추진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출발한 바이든의 정책은, 시간이 갈수록 국내외에서 강한 반발과 비판에 직면하게 됩니다. 그 이유는 단순히 이념적 차.. 2025. 4. 24.
트럼프는 왜 또 '드릴 베이비 드릴'을 외쳤나? 미국 에너지 전략의 재부상 유행어처럼 들리지만, 정치의 심장부에 있던 구호 "드릴 베이비 드릴(Drill, baby, drill!)"이라는 말은 언뜻 들으면 미국식 유머 같기도 하고, 광고 문구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구호는 실제로 미국 정치의 중심에서 등장했고, 트럼프 전 대통령의 에너지 정책을 관통하는 상징으로 자리잡았습니다. 이 구호는 원래 2008년 미국 대선 당시, 공화당 부통령 후보였던 세라 페일린(Sarah Palin)이 사용하면서 대중적으로 퍼졌습니다. 당시 미국은 고유가와 경기 침체를 동시에 겪고 있었고, 공화당은 '미국 땅에 있는 자원은 우리가 직접 캐내자'는 논리를 내세우며 이 구호를 반복적으로 외쳤습니다. 이후 "드릴 베이비 드릴"은 보수 진영에서 자국 내 석유와 천연가스 자원 개발을 강하게 밀어붙이는 상.. 2025. 4. 23.
트럼프 관세 전쟁의 끝, 세계 질서의 시작: 한국은 어디로? 미국의 진짜 목표는 '중국 고립'일까, '자유무역 재편'일까? 트럼프 전 대통령이 추진하는 관세 정책은 단순히 무역 불균형을 조정하려는 시도가 아닙니다. 그것은 표면적인 명분일 뿐, 실제로는 글로벌 경제 질서 자체를 새롭게 짜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그 핵심 질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미국은 왜 굳이 세계 각국과 무역 관계를 흔들어가면서까지, 중국을 겨냥한 조치를 단행하는가?" 이는 단순히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을 바로잡겠다는 차원을 넘어, 누가 미래 글로벌 질서의 중심이 될 것인가를 둘러싼 '패권의 문제'와 직결됩니다.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 이후, '자유무역'이라는 말을 쓰되 그 안에 미국 중심의 재편된 블록 무역을 의도하고 있다는 해석이 많습니다. 즉, 무조건적인 개.. 2025. 4.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