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되면 주식이 오른다고요?
미국 주식시장에 오래전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흥미로운 현상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산타랠리(Santa Rally)'입니다. 이름부터 조금은 귀엽고 친숙한 이 현상은, 마치 산타클로스가 주식시장에도 선물을 주고 간다는 상상에서 비롯된 별칭입니다. 실제로 이 표현은 1972년 《스톡 트레이더스 앨마낙(Stock Trader's Almanac)》의 편집자 예일 허쉬(Yale Hirsch)에 의해 처음 언급되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산타랠리는 보통 12월 마지막 주부터 새해 첫 거래일까지의 주가 상승 현상을 가리킵니다. 이 시기에는 크리스마스 연휴와 연말 분위기로 인해 투자자들의 마음이 한결 여유롭고 낙관적으로 바뀌곤 합니다. 많은 이들이 연말 보너스를 활용해 주식을 매수하거나, 세금 보고를 앞두고 포트폴리오를 정리하면서 일시적인 매수세가 유입되기도 합니다.
또 다른 분석에 따르면, 월스트리트의 펀드매니저들이 한 해를 잘 마무리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포지션을 조정하면서 자연스럽게 상승 흐름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보면, 산타랠리는 단순한 미신이라기보다는 연말의 감정, 행동, 제도적 요인이 결합된 '심리적 계절 효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수익률이 높았을까?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죠. 미국 S&P 500 지수를 기준으로 보면, 지난 수십 년간 12월 마지막 주와 1월 첫 거래일 사이의 평균 수익률이 전체 연간 평균보다 높았던 해가 상당히 많았습니다. 이 구간을 분석한 대표적인 금융 리서치 자료에 따르면, 1950년부터 2020년까지 약 70년 동안 산타랠리는 약 75%의 확률로 발생했다고 합니다.
특히 1990년 이후의 데이터를 보면, 산타랠리가 발생한 해는 그 해 전체의 연간 수익률도 평균 이상이었던 경우가 많았으며, 이 현상이 단순한 우연이나 착시가 아닌 투자 심리와 시장 구조에서 비롯된 반복적 현상이라는 분석도 꾸준히 제기되어 왔습니다.
예를 들어, 2018년 말에는 미중 무역전쟁과 연준의 금리 인상 우려로 인해 12월 중순까지 S&P 500 지수가 급락세를 보였지만,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분위기가 반전되면서 산타랠리가 촉발되었고, 이후 2019년에는 무려 연간 28.9%의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반면, 2015년이나 2022년처럼 경기 침체 우려나 전쟁 등 외부 충격이 강했던 해에는 산타랠리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았으며, 이 경우 그다음 해의 수익률도 상대적으로 저조한 흐름을 보였습니다.
이러한 사례들을 통해 보면, 산타랠리는 단순한 징크스가 아니라, 시장 참가자들의 감정과 행동이 실제 지표로도 확인되는 대표적인 '계절적 투자 심리의 표현'이라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단순한 시즌 효과일까, 심리적 요인일까?
투자 심리는 시장에서 종종 과소평가되지만, 특히 연말 시즌에는 그 영향력이 더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크리스마스와 새해는 많은 사람들에게 가족, 휴식, 희망의 상징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긍정적인 감정이 강화되는 시기입니다. 이런 감정은 투자자에게도 영향을 줍니다. 주식을 사고팔 때 사람들은 단순히 숫자만 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감정과 분위기에도 영향을 받기 때문입니다.
한 해 동안 시장이 부침을 겪었더라도 연말이 다가오면 "이제는 오를 때도 됐지 않을까?" 하는 심리가 강해지고, 소소한 상승 신호만 보여도 과감히 매수에 나서는 투자자들이 많아집니다. 또, 많은 회사들이 연말 보너스를 지급하고, 일부 개인 투자자들은 그 자금을 활용해 ETF나 우량주를 매수하기도 하죠. 이처럼 사람들의 생활 리듬과 투자 감정이 맞물리면서, 거래량은 줄어들더라도 주가가 상승하는 흐름이 연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요인은 바로 연말 포트폴리오 리밸런싱과 세금 상쇄 전략(Tax-loss harvesting)입니다. 말이 어려워 보일 수 있지만, 간단히 말하면 이렇습니다. 연말이 되면 많은 투자자들과 기관은 한 해의 투자 성과를 정리하고 새해 전략을 짭니다. 이 과정에서 수익이 난 주식은 그대로 두고, 손실이 난 주식은 일시적으로 매도해 '세금상 손실'을 확정시킵니다.
이렇게 되면 총 수익에서 손실을 차감해 세금을 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전략은 미국의 세법 구조상 합법적으로 널리 활용되는 기법인데요, 특히 12월 중순부터 연말까지는 이 전략이 많이 사용되기 때문에, 특정 종목의 가격이 갑자기 떨어졌다가 다시 오르는 패턴이 관찰되기도 합니다.
즉, 연말 시장은 단순한 감정 변화만이 아니라, 실제로 제도적이고 전략적인 움직임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시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특징들을 이해하면 산타랠리가 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지를 보다 입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개인 투자자에게 주는 시사점은?
그렇다면 개인 투자자는 산타랠리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중요한 점은, 이 현상을 맹신하거나 단기 차익을 노리는 수단으로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연말 시즌이 가지는 투자 심리적 흐름과 자금 유입의 경향을 이해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점입니다.
특히, 연말이 되면 투자자들의 관심은 다음 해 전망으로 넘어가게 됩니다. 이때 언론, 금융사, 투자 리서치 업체들이 내놓는 각종 전망 보고서와 분석 리포트는 시장의 기대를 형성하고, 산타랠리의 지속 여부를 결정짓는 중요한 변수가 됩니다.
요약하자면, 산타랠리는 단순한 미신이 아니라 일정 부분 통계적 근거와 심리적 메커니즘을 가진 시즌 효과입니다. 단기적 수익보다는, 연말 시장 분위기를 지켜보며 중장기 포지션을 점검하고 재정비하는 기회로 활용하신다면, 더 현명한 투자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