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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왜 다시 파리기후협약에 돌아왔을까? 기후 정치의 전환점

by 업타운 위너 2025. 4. 30.

파리기후협약, 그게 대체 뭐길래?

 

많은 사람들이 “파리기후협약”이라는 이름만 듣고, “프랑스 사람들의 기후 걱정까지 우리가 해야 하나?”라며 웃어넘기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름만 그렇지, 이 협약은 전 인류가 함께 만든 최초의 기후변화 대응 합의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15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서 전 세계 196개국이 함께 채택한 이 협약은,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보다 2도 이하로 억제하고, 가능하면 1.5도 이하로 제한하자는 목표를 담고 있습니다. 더 이상 일부 선진국만 감축 책임을 지는 것이 아니라, 모든 나라가 자발적으로 탄소배출 감축 목표(NDC)를 정하고 실천하자는 합의였죠.

 

이것은 단순한 선언이 아니라, 실제로 각국의 기후 정책과 산업 전략, 에너지 투자 흐름을 바꾸는 강력한 국제적 틀이 되었고, 이후 ‘탄소중립(Net Zero)’이라는 개념도 이 협약의 연장선에서 확산된 것입니다.

 

파리기후협약의 미국 귀환과 그 상징성 : 업타운 위너스 이미지 제공

 

 

미국은 왜 탈퇴했었고, 왜 다시 돌아왔을까?

 

이렇게 중요한 협약이지만, 2017년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의 탈퇴를 선언했습니다. 그는 파리협약이 "미국 노동자와 기업에 불리한 협정"이라며, 자국 경제의 성장과 에너지 자립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이탈을 결정했습니다. 이는 트럼프가 강조해온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와도 일맥상통하는 결정이었고, 특히 미국 석탄·석유업계와 제조업계의 지지를 염두에 둔 전략적 선택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2021년 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미국은 다시 파리기후협약에 복귀합니다. 바이든은 이 복귀를 통해 “미국이 다시 세계 기후 리더십을 회복하겠다”고 선언했으며, 탄소중립을 미국의 핵심 국가 전략으로 설정했습니다. 이는 단지 상징적 행보를 넘어서, 연방 정부의 예산, 법안, 산업정책, 외교 전략 전반을 기후위기 대응 중심으로 전환하는 신호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2025년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선 시점에서도 미국은 여전히 파리기후협약의 회원국으로 남아 있습니다. 물론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집권 초기처럼 다시 탈퇴를 선언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있지만, 현재까지는 공식적인 이탈 선언은 없으며, 많은 주(州)와 기업들은 연방정부의 입장과는 별개로 독자적인 기후 행동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왜 '미국의 복귀'가 이렇게 상징적인가?

 

전 세계 국가들이 공동 목표를 갖는 것이야말로 파리기후협약의 핵심 정신입니다. 그런데 세계 최대 경제대국이자 역사적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많은 나라 중 하나인 미국이 빠진다면, 이 협약은 사실상 구심점을 잃게 되는 구조입니다.

 

미국의 탈퇴는 단지 한 국가의 정책 이탈이 아니라, 국제 협력의 균열로 이어졌고, 기후위기 대응의 동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반면 미국이 다시 돌아왔을 때, 이는 단순한 복귀가 아니라 글로벌 질서에서 '기후'를 중심에 둔 새 판을 짜려는 의지의 표현이 된 것입니다.

 

또한 미국의 복귀는 재정과 기술, 외교 영향력을 바탕으로 개발도상국의 감축 노력까지 끌어낼 수 있는 구조적 변화를 만들 수 있는 계기가 됩니다. 다시 말해, 미국이 움직여야만 다른 나라도 따라올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의 태도 변화는 상징을 넘어 실질적 기후정치의 전환점으로 해석될 수 있는 것이죠.

 

 

 

대한민국 독자들이 꼭 알아야 할 포인트

 

한국 역시 2016년 파리기후협약을 비준한 국가로서,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40% 이상 감축하겠다는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수립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협약 탈퇴 이후, 국제 사회의 기후 행동이 주춤해지자 한국 역시 구체적인 실행 계획에 속도를 내지 못한 측면이 있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미국의 복귀는 한국에게도 강력한 압박이자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글로벌 규범이 다시 정비되고, 주요 교역국들이 탈탄소 전환에 속도를 내기 시작하면, 한국 기업들도 이에 맞춰 움직여야 합니다. ESG 경영은 단순한 이미지 개선을 넘어서 글로벌 투자자나 대형 수출 시장에서 거래의 필수 조건이 되고 있으며, 실제로 한 유통 대기업은 해외 바이어로부터 '탄소 감축 이행 계획이 없다면 납품을 중단하겠다'는 통보를 받은 사례도 있습니다.

 

또한 재생에너지 투자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석탄이나 가스 중심의 에너지원을 유지할 경우, 유럽이나 미국 수출 시 탄소국경세 등으로 가격 경쟁력을 잃게 되는 구조입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자체 태양광 패널 설치, 풍력 구매계약(PPA) 체결, RE100 참여 등을 통해 대응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전기차 충전소와 연계한 태양광 사업처럼 에너지와 기술을 결합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공급망 탈탄소화'는 특히 반도체, 배터리, 철강 같은 수출 중심 산업에서 중요한 이슈입니다. 예를 들어, 한국의 전기차 배터리 업체가 유럽 시장에 납품하려면, 배터리 생산 과정에서의 탄소 배출까지도 수치화하고 공개해야 하는 규정이 생기고 있어, 협력사 전반의 탄소 데이터를 수집·관리하고 친환경 공정 전환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또한 미국과 협력하는 '기후 동맹'의 일원으로서, 한국은 다양한 외교 및 산업적 기회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탄소배출 감축 기술 공동개발'은 탄소를 공기에서 직접 포집하거나, 산업 배출가스를 정화하는 기술을 양국이 함께 연구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화력발전소나 시멘트 공장 등 탄소 다배출 시설에서도 배출량을 줄이는 해결책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린 수소 경제 협력'은 화석연료가 아닌 재생에너지로 수소를 생산하여, 수소차, 수소발전, 수소난방 등에 사용하는 청정에너지 시스템을 뜻합니다. 이미 일부 공공버스는 수소 연료로 운행 중이며, 대형마트 물류창고도 수소 지게차로 전환되는 등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디지털 기후기술 협업'은 위성, 센서, AI 등을 활용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실시간으로 측정·예측하거나, 산불·폭염 등의 기후위기 상황에 빠르게 대응하는 기술을 함께 개발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기상청의 고해상도 기후 예측 시스템, 농촌진흥청의 스마트 농업 기술 등이 이와 연관되어 있으며, 이는 단순한 기후 감시를 넘어서 산업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고 피해를 줄이는 데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결국 파리기후협약은 '기후'를 넘어 '경제와 외교'를 움직이는 프레임이며, 미국의 복귀는 그 프레임을 다시 작동시키는 스위치와도 같다는 점에서, 우리의 미래와 직결되는 뉴스로 받아들여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