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폭탄"은 즉흥적 선택일까, 오래된 신념일까
트럼프 전 대통령이 주도하는 대중국 고율 관세 정책은 종종 즉흥적이고 감정적인 결정으로 보이곤 합니다. 트위터(현 X)를 통한 돌발 발표, 갑작스러운 유예 조치와 철회, 고위급 회담 직후에도 번복되는 입장 변화 등은 시장과 외교 파트너를 혼란스럽게 만들기 충분했습니다. 실제로 많은 언론은 그의 정책을 '예측 불가능하다'는 말로 설명합니다.
그러나 이런 혼란 뒤에 오랜 철학과 일관된 기조가 존재한다면, 이 혼란은 전략의 일부일 수도 있습니다. 트럼프가 단순히 감정적인 전술가인지, 아니면 수십 년간 갈고닦은 통상 정책의 신념을 실행하고 있는 전략가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트럼프는 관세를 오래 외쳐왔다: 과거 발언의 기록들
1980년대 후반, 트럼프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은 우리를 등쳐먹고 있다"며 자동차와 철강 제품에 대한 보복 관세를 주장한 바 있습니다. 당시에도 그는 미국의 대외 무역적자가 문제라며 "미국은 무역 협상에서 늘 져왔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선거용 레토릭이 아니라, 트럼프 고유의 경제관이 상당히 오래전부터 형성되어 있었다는 증거입니다.
또한 2011년 『Time』지와의 인터뷰에서는 "중국이 미국을 조롱하고 있다. 우리는 싸워야 한다"고 강경하게 발언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2015년 대선 캠페인 당시, 그는 "관세를 무기화해 미국 제조업을 다시 살릴 수 있다"는 공약을 내걸며, 관세를 전략적 수단으로 일관되게 제시해 왔습니다.
그 외에도 그는 1990년대 TV 토론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우리의 정치인은 바보들이다. 외국과의 무역에서 미국은 매번 당하고 있다"며 강하게 성토했으며, 2010년 『Fox News』에서는 "중국산 수입품에 최소 25%의 관세를 매기지 않으면 미국은 무너진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그의 발언은 시대를 넘나들며 일관되게 보호무역주의적 색채를 띠고 있었고, 실제로 그의 기업 활동에서도 자국 내 고용과 세제 혜택을 강조하는 성향이 반복적으로 나타났습니다.
즉흥적으로 보이는 그의 발언 뒤에는, 사실상 수십 년 동안 관세에 대한 집착에 가까운 확신과 철학이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이며, 이 철학은 트럼프 행정부 들어 실제 정책으로 구현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감정과 전략 사이의 아슬아슬한 줄타기
그렇다면 트럼프는 전략가일까요, 감정적 투사일까요? 실제로 그의 스타일은 두 특성이 동시에 존재합니다. 그는 외교무대나 경제 정책에서 강한 인상을 남기기를 원하며, 때때로 그 인상이 전략의 일부가 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관세 유예 발표 직후 증시가 급등하자, 불과 며칠 뒤 다시 유예를 철회하며 “중국은 여전히 우리를 속이고 있다”고 발언합니다. 이 행동은 즉흥적으로 보이지만, 어떤 분석가들은 이것이 협상 파트너의 심리를 흔들고, 시장에 불확실성을 던져 우위를 점하려는 전술이라고 봅니다.
또한 그는 자국 유권자의 감정을 적극적으로 활용합니다. 국내 제조업 쇠퇴와 실업 문제에 불만을 가진 중산층과 노동계층에게 "우리는 싸우고 있다"는 이미지를 강화하고, 이를 통해 정치적 지지를 확보합니다.
단순한 발언만이 아니라, 유세 현장에서의 모든 요소—음악, 제스처, 무대 연출까지—감정 설계가 매우 치밀하게 작동합니다. 그의 대선 유세에서는 퀸(Queen)의 'We Are the Champions'나 리 그린우드(Lee Greenwood)의 'God Bless the USA' 같은 곡을 반복적으로 사용해 군중의 애국심과 집단 소속감을 자극했습니다. 또 연설 도중 손을 높이 들고 주먹을 불끈 쥐며 외치는 "우리는 절대 물러서지 않는다!"는 제스처는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처럼 감정적 고조를 유도합니다.
2024년 선거 유세 중 암살 시도 사건 이후, 얼굴에서 피가 흐르는 상황에서도 무대에 선 채 주먹을 들어올리며 투지를 보여준 장면은 수많은 미국인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고, '트럼프는 끝까지 싸우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더욱 공고히 했습니다.
이처럼 트럼프는 감정을 도구로 삼아 정치적 전략을 전개하는 인물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감정과 전략이 충돌할 경우, 때로는 계산보다 감정이 앞설 수 있으며, 그것이 예측 불가능성으로 나타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정을 눌러 전략을 선택한 순간들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9년 G20 정상회의 당시 북한과의 긴장이 고조되던 와중, 트위터를 통해 김정은 위원장에게 'DMZ에서 만나자'는 메시지를 전격 발송하고, 실제로 사전 교섭을 조율해 역사적인 악수를 연출했던 장면입니다.
겉으로는 충동처럼 보였지만, 그 이면에는 외교적 사전 준비와 신중한 계산이 있었던 것으로 평가됩니다. 즉, 그는 MMA 파이터처럼 훈련된 전략을 가졌지만, 격투 중에는 감정에 휘말려 예상 밖의 행동을 할 수도 있는 복합적 리더입니다.
한국 입장에서 트럼프는 예측 가능한 파트너인가?
트럼프의 이런 이중성은 대한민국 입장에서 매우 조심스러운 변수입니다.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기반으로 안보를 유지하고 있는 한국에게, 통상 문제에서의 예측 가능성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는 한미 FTA 재협상 당시에도 "한국은 자동차 시장을 개방하지 않았다"며 일방적으로 협상 조건을 재조정한 바 있고, 방위비 분담금 문제에 있어서도 수차례 급격한 인상을 요구한 바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전략적 신념은 일관되어도, 그 실행 방식은 변덕스러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입니다.
따라서 한국은 트럼프라는 인물을 단순히 감정적인 지도자로 치부하기보다는, 전략과 감정이 동시에 작동하는 구조를 이해하고 대응 전략을 세워야 합니다.
- 첫째로는 정무적 해석력이 강화된 통상 외교팀을 운용하여 발언과 정책의 방향성을 신속히 해석하고 대응할 수 있어야 합니다.
- 둘째로는 미리 양자·다자 무역 협상 채널을 다변화하여 돌발 변수에 대한 안전판을 확보해야 합니다.
- 셋째로는 핵심 기술과 부품에 대한 전략적 자립도를 점진적으로 확대함으로써 대외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내부 기반을 다져야 합니다.
결국, 트럼프가 누구든 간에, 한국에게 중요한 것은 신호를 정확히 읽고 유연하게 대처하는 '판단력'과 '시나리오 대응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