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일 유예"라는 쇼크 전술의 정체
2025년 봄,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전격적으로 "90일 관세 유예 조치"를 발표했습니다. 다만 이 유예 조치는 전 세계 70여 개국을 대상으로 하되, 단 하나의 예외가 있었습니다. 바로 중국입니다.
중국에는 오히려 관세가 상향 조정되며 최대 145%에 달하는 고율 관세가 부과되었고, 나머지 국가들은 기본 관세 10%를 제외한 상호 관세에 대해 일시적으로 유예받게 되었습니다. 이 발표는 발표 직후 뉴욕 증시 상승으로 이어졌고, 국제 금융 시장은 이 소식을 신속히 받아들였습니다.
하지만 이 유예는 단순한 경제적 결정이 아니었습니다. 이는 미국이 글로벌 경제 질서 속에서 던진 분명한 시그널이자, 전략적으로 계산된 선택의 결과였습니다. 그 시그널이란, 미국이 더 이상 일방적인 개방 시장의 수호자가 아니라, 자국 중심의 무역 질서를 재편하려는 의지를 공식적으로 천명했다는 것입니다.
동시에 이는 중국을 겨냥한 구조적 압박의 시작이자, 다른 국가들에게는 협상의 여지를 주며 새로운 경제 블록 형성의 기회를 제시하는 메시지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선택은 미국이 기존의 자유무역 체제의 조정자에서 전략적 플레이어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며, 결과적으로 전 세계 공급망 재편과 외교적 동맹 구조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중국만 고율 관세를 유지한 이유는 무엇일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오랫동안 "중국은 규칙을 지키지 않는 국가"라고 비판해왔습니다. 이번 조치 역시 같은 맥락에서 진행되었습니다. 그의 핵심 논리는 간단합니다. "이 관세 전쟁은 미국과 중국의 경제 패권 경쟁이며, 다른 나라는 이 게임의 변수가 아니다."
미국은 중국과의 무역에서 압도적으로 수입이 많은 반면, 수출은 적습니다. 따라서 중국이 미국에 의존하는 비율이 더 높고, 관세로 인한 충격 역시 중국이 더 크게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은 이 구조를 활용해 "중국이 물러서지 않으면 스스로 손해를 키우게 될 것"이라는 전략을 내세운 것입니다. 실제로 미국 내 소비재 중 상당수가 중국산이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필수재와 사치재"로 구분하며 전략적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가령, 스마트폰이나 평판 TV처럼 제조가 중국에 집중된 품목은 가격이 오르더라도 소비자들이 참고 구매할 수 있는 사치재로 간주됩니다. 반면, 식량이나 에너지 같은 필수재는 철저히 보호 대상으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이런 조치는 단지 무역상의 타격을 주는 것이 아니라, 중국의 생산 기반 자체에 구조적 압박을 가하려는 계산된 전략이기도 합니다.
한국에게 던지는 신호는 무엇일까?
이 상황은 한국에게도 결코 남의 일이 아닙니다. 한국은 미국과의 안보 동맹 속에 있으면서도, 경제적으로는 중국과 깊은 연결고리를 맺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이 중국에만 고율 관세를 유지하고, 동시에 일본이나 유럽 국가들과는 관세 협상에 나서면서 "우리는 선택된 파트너들과 새로운 질서를 짜고 있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 신호는 단순한 외교적 수사가 아닙니다. 미국은 사실상 글로벌 공급망을 재편하면서, 각국이 미국 주도의 경제 질서에 동참할 것인지 아닌지를 시험하고 있는 셈입니다.
일본은 미국과의 신속한 협상을 통해 자동차 부품에 대한 관세를 피하면서 환율 문제를 조정했고, 독일은 미국과의 철강·알루미늄 관세 갈등을 협상 테이블로 가져가 완화시켰습니다. 심지어 멕시코도 자국의 수출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대미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한국이 이 메시지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통상 전략, 공급망 재편, 수출입 구조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트럼프의 관세 전략은 단순히 중국을 향한 압박이 아니라, 전 세계를 상대로 한 경제 외교 무대의 판갈이 작업일 수 있습니다. 미국이 재편하는 경제 연대에 한국이 어떤 방식으로 참여할지, 혹은 거리 두기를 택할지에 따라, 중장기적인 국가 경제의 방향성이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다음 편 예고: 이건 무역이 아니라 전쟁이다
이번 90일 유예 조치와 중국 제외는 단지 관세 정책의 변화가 아닙니다. 이는 미국이 경제적 우위를 놓치지 않기 위해 꺼내든 전면전의 서막일 수 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이 충돌이 단지 무역이 아닌 ‘경제 패권 전쟁’이라는 점, 그리고 그 이면의 구조적 게임에 대해 더 깊이 들여다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