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EEPA, 피터 나바로, 그리고 경제 민족주의가 만들어낸 새로운 관세 패러다임
2025년 4월,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은 다시 한 번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리는 관세 정책을 발표했습니다. 그의 이른바 '상호관세(Mutual Tariff)' 전략은 단순한 수입세를 넘어, 미국의 무역 규칙을 세계에 강제로 적용하려는 일종의 정치경제적 선언이었습니다. 특히 이번에는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활용해 의회의 승인 없이도 관세를 결정하고 집행하는 방식까지 도입되며, 미국 내부는 물론 글로벌 경제질서에도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상호관세'란 무엇인가?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하는 상호관세는 이름만 보면 공정무역(Fair Trade)의 일환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그는 각국이 미국산 제품에 매기는 관세율만큼, 동일하게 미국도 그 나라의 수출품에 동일한 비율의 관세를 부과해야 '상호적(mutual)'이고 '공정하다'고 주장합니다. 예를 들어, 만약 한국이 미국 자동차에 25%의 관세를 매긴다면, 미국도 한국산 자동차에 25%의 관세를 물려야 한다는 식입니다.
이런 논리는 간단하고 직관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실제 국제무역의 구조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무역 협정은 각국의 산업구조와 경제 규모에 따라 비대칭적인 조율이 이뤄지며, 한쪽이 일방적으로 '대칭'을 요구할 경우 오히려 시장 혼란과 정치적 갈등을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IEEPA의 활용: 의회를 건너뛴 행정 조치
IEEPA(국제비상경제권한법, International Emergency Economic Powers Act)는 원래 미국 대통령이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는 외국의 경제 활동을 제한하거나 제재할 수 있도록 한 법입니다. 본래는 테러 조직이나 제재 대상국가에 금융 및 무역 제한을 가하는 용도로 사용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 법을 자국 경제가 "외국의 불공정한 무역행위로 위협받고 있다"는 논리를 기반으로 해석하여, 관세 조치에도 적용하고 있습니다. 이는 입법부의 통제를 받지 않고도 행정부가 무역정책을 단독으로 행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며, 미국 내에서도 이를 두고 헌법적 논란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피터 나바로와 경제 민족주의의 부활
트럼프의 관세 정책에는 피터 나바로(Peter Navarro)라는 핵심 인물이 빠질 수 없습니다. 그는 하버드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인물이지만, 전통적인 자유무역 이론보다는 경제 민족주의(Economic Nationalism)를 지지하는 급진적 입장을 견지해 왔습니다. 그렉 오트리와 함께 쓴 그의 대표 저서인 『중국이 세상을 지배하는 그날 (Death by China)』에서는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이 미국 제조업을 어떻게 파괴해왔는지를 강하게 비판하며, 미국이 자국 산업을 지키기 위해 강력한 보호무역 정책을 취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피터 나바로는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도 무역·제조업 정책국장을 맡았고, 이번 2기 행정부에서는 다시금 백악관 경제안보팀에 합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의 기조는 "자유무역은 환상이고, 현실은 무역 전쟁이다"라는 신념에 가까우며, 트럼프의 '상호관세' 전략은 그의 철학을 직접 반영한 결과물이라 볼 수 있습니다.
계산 논리와 실제 적용의 괴리
상호관세는 겉보기에는 간단하고 공정한 방식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적용하면 여러 가지 복잡한 문제가 발생합니다. 세계 각국의 세금 구조와 무역 관행은 매우 다르기 때문에, 단순히 "상대방이 우리 제품에 20%를 매기면, 우리도 그만큼 매기자"는 방식은 현실에서 작동하기 어렵습니다.
첫 번째로, 유럽연합은 많은 제품에 대해 낮은 관세를 매기지만, 대신 부가가치세(VAT)를 높게 적용합니다. 미국에서는 부가가치세가 없는 대신 관세로 수익을 보전하는 경우가 많아, 단순한 숫자 비교만으로는 공정성을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두 번째로, 일본은 자동차 수입에 공식적인 관세는 거의 없지만, 환경 기준이나 안전 검사 등 복잡한 비관세장벽을 통해 외국차의 진입을 어렵게 만듭니다. 만약 미국이 여기에 단순히 '관세가 없으니 우리도 안 매기겠다'고 대응하면, 자국 산업은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습니다.
세 번째로, 개발도상국 중 일부는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통관 절차를 의도적으로 지연시킵니다. 세율은 낮더라도, 수입업체가 물건을 받기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면, 사실상 수입을 방해하는 셈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방식은 이러한 비관세장벽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세율만을 기준으로 삼기 때문에 많은 경제학자들로부터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더욱이 세계무역기구(WTO)의 체제는 국가 간 협상을 통해 무역 규칙을 조율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한 나라가 일방적으로 기준을 정하고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국제 협정 위반으로 간주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해당 국가들이 미국에 보복관세를 매기거나, 자국 시장을 미국 기업에 불리하게 만드는 대응 조치를 취할 수 있고, 이로 인해 세계 무역 전체가 위축될 수 있습니다.
2025년 현재,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상호관세가 공정무역의 진정한 해법"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이를 통해 미국이 새로운 형태의 무역 패권주의를 강화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단순히 수출입의 균형을 맞추는 문제가 아니라, 세계 무역의 룰 자체를 다시 쓰려는 움직임이 시작된 셈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이러한 미국의 일방주의적 관세 정책이 실제로 미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증시의 반응과 소비자 물가의 움직임, 매그니피센트7 기업들의 주가 변동, 그리고 트럼프 행정부 내 핵심 인사인 JD 밴스(JD Vance)의 경제 철학까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상호관세의 파급력은 단순한 세율을 넘어서 실생활과 투자 환경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과연 미국은 이 전략을 통해 진정한 무역 우위를 점할 수 있을까요? 업타운 위너스의 다음 글에서 함께 깊이 들여다보시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