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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토류 전쟁: 미중 갈등, 우크라이나, 그리고 투자자의 전략

by 업타운 위너 2025. 3. 23.

보이지 않는 자원 패권 전쟁

 

현대 산업과 군사 기술의 필수 자원 중 하나, 바로 '희토류(Rare Earth Elements)'입니다. 스마트폰부터 전기차, 위성, 전투기, 야간 투시경, 풍력 발전기까지—우리가 사용하는 거의 모든 첨단 기술에 17가지 희토류 원소가 직간접적으로 사용됩니다. 하지만 정작 많은 사람들이 희토류의 중요성과 그 지정학적 함의에 대해선 잘 알지 못합니다.

 

이 글에서는 희토류가 어떻게 '21세기의 석유'가 되었는지, 그 중심에 어떤 국가들과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지, 그리고 우리가 투자자 혹은 국민으로서 어떤 시선으로 이 흐름을 바라봐야 할지를 살펴보려 합니다.

 

희토류는 왜 지정학 전쟁의 중심이 되었을까요? 미중 갈등, 브릭스 전략, 우크라이나 자원, 개인 투자자의 접근법까지 전방위 분석한 업타운 위너스 블로그 글의 썸네일 이미지 입니다.
희토류 전쟁: 미국과 중국, 그리고 우크라이나까지 - 업타운 위너스 이미지 제공

 

 

1. 희토류란 무엇인가요?

 

희토류(Rare Earth Elements)는 주기율표상 란탄족(Lanthanides) 15개 원소에 스칸듐(Scandium)과 이트륨(Yttrium)을 더한 총 17개 금속 원소군을 말합니다. 이름은 '희귀(Rare)'라는 단어를 포함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지구 지각 속에 꽤 널리 분포된 원소들입니다. 다만 농도가 낮고, 다른 광물과 섞여 있어 채굴과 정제 과정이 매우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든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그렇다면 왜 이들이 '전략 자원'이 되었을까요?

그 이유는 바로 군사·정보·에너지·전자 기술의 거의 모든 핵심 부품에 필수적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 네오디뮴(Neodymium): 초강력 영구자석. 전기차 모터, 풍력 터빈 등에 필수
  • 디스프로슘(Dysprosium): 고온에서도 자성을 유지. 미사일 유도 시스템, 고성능 자석
  • 란탄(La), 세륨(Ce): 광학 렌즈, 촉매 변환장치, 정유 산업
  • 이트륨(Y), 가돌리늄(Gd): 의료용 영상 장비, 레이저 기술

그리고 은(Silver), 니켈(Nickel), 텅스텐(W)도 때때로 '희귀 금속' 혹은 '전략 금속'으로 분류되며 함께 고려됩니다. 특히 텅스텐은 밀도와 경도가 높아 전차, 탄두, 군사용 드릴 등에 널리 사용되고, 니켈은 리튬이온 배터리와 합금 강철에 필수 원소입니다.

 

 

2. 중국의 희토류 독점: 시작은 미국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희토류 하면 '중국의 독점'을 먼저 떠올리지만, 사실 20세기 중반까지 세계 최대의 희토류 생산국은 미국이었습니다. 특히 캘리포니아 남동부 모하비 사막 인근의 마운틴패스(Mountain Pass) 광산은 1980년대까지 세계 희토류 공급의 3분의 2를 차지했습니다.

 

하지만 희토류를 채굴하고 정제하는 과정에서는 방사성 물질(예: 토륨)이 부산물로 배출되며, 이로 인해 환경 오염과 폐기물 처리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었습니다. 특히 캘리포니아처럼 환경 보호 기준이 엄격한 지역에서는 폐수 유출, 토양 오염 문제가 법적·사회적 부담으로 작용했고, 여기에 생산 비용 증가가 겹치면서 미국 내 희토류 산업은 점차 쇠퇴하게 되었습니다.

 

그 틈을 파고든 것이 바로 중국이었습니다. 1990년대부터 중국은 국가 주도로 희토류 광산 개발과 정제 기술을 전략적으로 육성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중국은 낮은 인건비와 규제 완화, 정책적 집중 투자라는 강점을 내세워 단기간에 글로벌 공급망을 장악했고, 현재도 세계 희토류의 정제·가공 능력의 85~90%는 중국에 집중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한편, 중국은 2010년 일본과의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영유권 분쟁 중에 희토류 수출을 일시 중단하는 조치를 단행한 바 있습니다. 이 사건은 희토류가 단순한 경제 자원이 아니라, 지정학적 갈등의 무기화 가능성을 내포한 전략 자원임을 보여준 대표 사례로 평가됩니다.

 

센카쿠 열도는 동중국해에 위치한 무인도 군도로, 일본이 실효 지배하고 있으나 중국과 대만이 각각 자국 영토임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2010년, 일본 해상보안청이 이 해역에서 중국 어선 선장을 체포한 사건이 촉발점이 되었고, 중국 정부는 이에 강하게 반발하며 일본으로의 희토류 수출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조치는 국제 사회에 희토류 공급망의 전략적 취약성을 뚜렷이 각인시켰고, 그 결과 미국, 일본, 유럽연합은 공급 다변화를 위한 대체지 확보와 기술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서게 되었습니다.



3. 미국의 반격: 우크라이나까지 노리는 이유는?

 

트럼프 행정부희토류를 '국가 안보 자원'으로 공식 지정하며 공급망 재편 전략을 본격화했습니다. 당시 미국은 호주, 캐나다, 아프리카, 남미 등 우방국의 희토류 광산 개발을 지원했으며, 동시에 자국 내 채굴 규제도 완화했습니다.

 

특히 우크라이나는 유럽에서 가장 많은 희귀 광물 매장량을 보유한 나라 중 하나로, 미국은 이를 주목했습니다. BBC코리아 보도에 따르면, 2020년 당시 트럼프 행정부는 NATO와의 군사·안보 협력과는 별개로 우크라이나 내 리튬, 니켈, 희토류 광물에 깊은 관심을 갖고 실사 및 투자 협정을 추진했습니다.

 

그 배경에는 중국의 희토류 공급망 독점에 대한 우려와 더불어, 미국이 유럽 내 대체 자원 공급원을 확보하려는 지정학적 포석이 있었습니다. 우크라이나 동부, 특히 도네츠크와 자포리자 지역은 매장량이 매우 풍부한 리튬 삼각지대로 지목되며, 미국 및 유럽 기업의 기술적·자본적 협력 대상으로 떠올랐습니다. 이 지역들은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가장 격전지로 꼽히며, 실제로 도네츠크주의 상당 지역과 자포리자 일부는 현재 러시아가 점령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러시아가 2022년 이후 이들 지역의 영유권을 주장하며 병합을 선언했지만, 국제사회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여전히 우크라이나의 영토로 간주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자원적 가치와 전략적 위치는 러시아의 침공 배경에 경제적 동기도 일부 작용했을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자, 단순한 영토 갈등을 넘어 자원과 지정학이 결합된 충돌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미국과 서방이 러시아를 견제하며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과정에는 경제적·군사적 이해관계 외에도 희귀 자원에 대한 전략적 이해관계가 일부 작용하고 있다는 해석입니다.

 

특히 2025년 현재 종전 협상과 관련하여 미국이 우크라이나의 희토류 개발 및 재건 과정에 깊숙이 관여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으며, 이는 러시아의 입장에서 자국의 전략적 영향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여전히 해당 자원이 분포한 동부 지역의 통제권을 확보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이고 있으며, 미국 주도의 공급망 재편이 진행될 경우 양국 간의 관계 개선에는 시간이 더 필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우크라이나 내에는 리튬, 니켈, 희토류 원소 등이 고르게 분포돼 있으며, 이는 유럽이 중국 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전략적 대안으로 간주됩니다. 그러나 2025년 현재 전쟁의 종결이 가까워졌다는 분석 속에서도, 미국과 러시아 간의 영향력 경쟁이 여전히 격화되고 있고, 유럽 국가들은 재정 압박과 내부 안보 위기로 인해 제한된 대응 능력을 보이고 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과거 NATO를 '쓸모없다(obsolete)'고 표현했던 전례도 있는 만큼, 향후 우크라이나의 자원을 유럽 중심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합니다. 자원 통제권이 미국 혹은 러시아 쪽으로 기울게 된다면, 유럽의 '중국 의존도 탈피 전략'이 실질적 성과를 내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되고 있습니다.



4. 아프리카의 자원 민족주의의 확산

 

희토류 패권은 단지 미국과 중국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러시아, 인도,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같은 브릭스(BRICS) 국가들은 각자 자원 부국으로서의 강점을 내세워 자원 연합 전략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브릭스 소속의 국가에 대한 상세한 분석은 다음 편에서 다룰 예정입니다. 🥰 브릭스에 대한 글들이 이후에 준비되어있는 만큼, 이번 글에서는 아프리카 대륙에 더욱 초점을 맞추어 보겠습니다.)

 

아프리카는 전 세계 희토류 및 전략 금속의 '보물창고'로 불릴 만큼 풍부한 자원 매장량을 자랑하지만, 오랜 기간 정치적 불안정성과 인프라 부족, 국제 자본의 개입으로 인해 실질적인 자원 주권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왔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콩고민주공화국(DRC)세계 최대의 코발트 생산국이자, 희토류와 리튬 자원이 풍부한 국가입니다. 그러나 채굴 환경이 열악하고 아동 노동 문제, 무장 세력의 개입 등 심각한 인권 이슈가 함께 얽혀 있어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감시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탄자니아, 나이지리아, 잠비아 등희토류와 니켈, 구리 등의 전략 자원을 보유한 나라들로, 최근 몇 년 사이 중국, 인도, 미국, EU 등으로부터 자원 개발 협력을 제안받으며 지정학적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탄자니아2023년 희토류 광산에 대한 국가 전략 개발 계획을 발표하며, 자국 중심의 가치사슬 형성에 나선 바 있습니다.

 

이처럼 아프리카는 향후 자원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중요한 전략적 축으로 부상하고 있지만, 여전히 안정적인 법제도, 정치 리스크, 수익의 공정 배분 등의 과제가 산적해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도전 속에서도 자원 민족주의에 기반한 '자원 주권' 확보 시도는 앞으로의 희토류 패권 전쟁에서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입니다.

 

 

 

5. 개인 투자자가 희토류를 이해하는 법

 

일반 개인이 희토류 광물을 직접 매입하거나 보유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따라서 투자자 입장에서는 다음과 같은 간접 접근 방식이 활용됩니다.

  • 희토류 ETF: REMX (VanEck Rare Earth/Strategic Metals ETF) 등
  • 희토류 광산 기업 주식: 라이낀(Lynas, 호주), MP 머티리얼스(MP Materials, 미국)
  • 전기차 및 방산 기업: 희토류 사용량이 많은 산업군으로 연계 투자 가능

 

또한 희토류 가격은 수급 불균형, 지정학 리스크, 환경 규제 등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단기적인 가격 변동성도 매우 큽니다. 예를 들어, 2010년 중국이 일본에 대한 수출을 중단했을 때 희토류 가격은 몇 달 만에 수십 배로 급등한 바 있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시에도 글로벌 희귀 금속 가격이 요동쳤습니다.

 

이처럼 희토류 투자는 단기적 변동성에 휘둘리기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정학 흐름, 기술 발전, 산업 구조 변화에 따라 가치가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특히 다음 글에서는 이와 같은 '전략 자원'에 대한 글로벌 공급망 경쟁과 브릭스(BRICS)의 자원 민족주의 움직임을 본격적으로 다룰 예정입니다. 희토류를 둘러싼 세계의 흐름을 더욱 깊이 이해하고자 한다면, 계속 함께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