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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vs 비트코인, 진짜 안전자산은 누구인가? — 세대별 투자 인식의 전환

by 업타운 위너 2025. 3. 20.

금을 믿을까, 비트코인을 믿을까?

 

위기의 시대가 찾아올 때, 사람들은 언제나 '안전자산'을 찾아 움직입니다. 그리고 이제 그 질문은 이렇게 바뀌고 있습니다 — 금일까, 아니면 비트코인일까?

 

금은 수천 년간 인간 문명과 함께해온 자산입니다. 고대 제국의 통화에서 왕관과 장신구에 이르기까지, 금은 언제나 '가치의 상징'이었습니다. 피라미드 속 파라오의 무덤에서, 중세 유럽의 왕궁까지—금은 늘 힘과 영광의 무언의 언어였지요.

 

반면, 비트코인은 이제 막 15년을 넘긴 디지털 자산입니다. '중앙이 없는 통화 시스템'이라는 발상으로 등장한 이 자산은, 2008년 금융위기 속에서 기존 시스템에 대한 불신을 정면으로 파고들며 출발했습니다. 블록체인이라는 기술 위에 세워진 비트코인은 특정 국가나 기관이 통제하지 못하고, 누구도 위·변조할 수 없는 기록 시스템을 통해 '신뢰를 수학적으로 증명'하려는 시도였습니다. 마치 금이 역사 속 권위에서 신뢰를 얻었다면, 비트코인은 알고리즘과 기술로 신뢰를 구축하려는 셈이죠.

 

이런 배경 덕분에 2020년 이후 글로벌 통화 불안이 커지자,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나 트위터 창립자 잭 도시 같은 인물들이 비트코인을 '디지털 금'으로 부르며 지지에 나섰습니다. 실제로 대형 기업이 비트코인을 자산으로 들여놓고, 일부 국가는 법정통화로 채택하는 등 파급력은 현실이 되었습니다. 젊은 투자자들에게 비트코인은 단순한 투자처가 아니라, 금이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미래의 자유와 통화 주권을 상징하는 자산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전통 자산의 대표주자 '금'과, 디지털 세대가 선택한 '비트코인'. 이 둘은 정말 비교 가능한 자산일까요? 그리고 무엇보다, 한국의 투자자들에게 이 두 자산은 어떤 의미일까요?

 

금과 비트코인, 과연 무엇이 진짜 안전자산일까요? 자산에 대한 신뢰, 세대별 관점, 미래 가능성을 비교한 업타운 위너스 블로그 글의 썸네일 이미지 입니다. 실제 금이나 비트코인 사진이 아니고 "shining gold bar vs glowing bitcoin coin on split pedestal, digital vs physical texture, cinematic lighting"라는 프롬프트를 사용하여 인공지능으로 생성한 것입니다.
금 vs 비트코인: 21세기의 새로운 디지털 금? - 업타운 위너스 이미지 제공

 

 

희소성과 분산성 — 닮은 듯 다른 태생

 

금과 비트코인은 모두 '희소한 자산'입니다. 금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양이 제한적이며, 채굴 또한 쉽지 않습니다. 전 세계를 통틀어 지금까지 채굴된 금은 약 20만 톤 정도이며, 연간 공급량도 제한적입니다. 비트코인도 총 발행량이 2,100만 개로 제한되어 있고, 일정한 속도로 '채굴'됩니다. 이 희소성 덕분에 두 자산 모두 '화폐가치 하락기'에 주목받습니다.

 

하지만 결정적인 차이점은 금은 물리적 실물이고, 비트코인은 순수한 디지털 코드라는 점입니다. 금은 정전이 되든, 인터넷이 끊기든 상관없이 존재합니다. 반면, 비트코인은 전기와 네트워크 없이는 존재할 수 없으며,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인터넷 환경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 점에서 일부 투자자들은 비트코인을 '존재 조건이 까다로운 자산'으로 보는 반면, 또 다른 이들은 '그래서 더 유연하고 빠르다'고 해석하기도 합니다.

 

예컨대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 전쟁을 피해 국경을 넘던 일부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금을 들고 나갈 수는 없었지만, 비트코인을 지갑 주소에 담아 해외에서도 거래하거나 자산을 이전할 수 있었습니다. 전기가 있고 인터넷만 있다면, 국경과 은행, 심지어 정부의 개입 없이도 자산을 전송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 강점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산불이나 지진, 전력망 마비 같은 물리적 재난 속에서는 디지털 자산이 아무 힘도 쓰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존재합니다. 결국 상황에 따라 어떤 자산이 더 유효할지는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비트코인은 블록체인이라는 공개적이고 분산된 장부 위에 기록되며, 누구나 그 내역을 검증할 수 있다는 점에서 '투명한 자산'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이는 위조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기술적 신뢰를 의미합니다. 반면 금은 겉모습만 보고 진짜인지 가짜인지 판단하기 어려울 수 있으며, 실제로 '텅스텐 골드바 위조 사건'처럼 금괴 내부를 속이는 사례도 존재합니다. 물론 전문 기관이나 정제소의 인증 마크를 통해 검증이 가능하지만, 개인이 쉽게 확인하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인증의 불편함'이 있을 수 있습니다.

 

결국 이 두 자산은 존재 방식도, 움직이는 방식도, 신뢰를 얻는 방식도 서로 다릅니다. 하나는 고대의 유산이고, 하나는 기술의 최전선입니다. 그래서일까요? 많은 투자자들은 지금도 이 두 자산 사이에서 끊임없이 질문합니다 — 과연 내가 위기에 처했을 때 믿을 수 있는 자산은 어느 쪽일까?

 

 

 

신뢰와 세대 — 누구를 위한 안전자산인가?

 

금은 오랜 시간 동안 '중앙은행의 자산', '국가 간 신뢰의 상징'으로 자리 잡아왔습니다. IMF 외환위기 당시, 한국 국민들이 금반지를 모아냈던 것도 바로 이 '금은 진짜 가치가 있다'는 깊은 신뢰 때문이었습니다. 실제로 1998년 금모으기 운동은 강제된 캠페인이 아니었음에도 수백만 명이 자발적으로 참여했고, 이는 '금은 진짜 위기 때 쓸모 있는 자산'이라는 인식을 더욱 강화시켰습니다.

 

하지만 오늘날의 새로운 세대는 다릅니다. 이들은 정부나 전통 금융 시스템에 대한 무조건적인 신뢰보다, 탈중앙화와 기술에 기반한 시스템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탄생한 비트코인은 바로 이런 시대적 배경 위에서 '디지털 금'이라는 별명을 얻게 되었습니다. 기술이 신뢰를 대체한다는 사고방식은, '정부를 신뢰하지 못하겠다면 블록체인을 믿자'는 철학으로 이어졌고,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더욱 확산되었습니다.

 

예컨대 엘살바도르는 2021년 비트코인을 세계 최초로 법정통화로 채택하면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 나라는 오랜 기간 동안 미국 달러에 의존해 왔고, 국민의 상당수가 해외에서 보내오는 송금에 크게 의존하는 구조였기 때문에,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송금 수수료를 낮추고, 금융 접근성을 높이려는 시도였습니다.

 

그러나 엘살바도르의 이 실험은 평가가 엇갈립니다. 비트코인 도입 초기에는 가격 급락과 기술적 혼란으로 인해 국민들의 혼란과 반발이 컸고,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해당 정책을 우려하며 국가 신용등급을 낮추기도 했습니다. 다만, 일부 소상공인들이 낮은 수수료로 해외 결제를 받아들이는 데 성공했다는 긍정적 사례도 있고, 정부는 비트코인 시세 하락에도 불구하고 장기 보유를 선언하며 지속적인 채택 의지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처럼 비트코인의 제도권 편입은 한 국가의 재정 건전성이나 정치적 안정성과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단순히 기술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복합적인 과제가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또, 미국에서는 일부 대학 기부금의 일부를 비트코인으로 보관하거나, 대형 연기금이 암호화폐 관련 기업에 투자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비트코인은 점점 제도권 안으로 스며들고 있습니다.

 

이는 단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세대적 세계관의 차이일 수도 있습니다.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실물'을 신뢰하던 세대와, '코드와 알고리즘에 기록된 분산 자산'을 신뢰하는 세대 간의 선택이 엇갈리고 있는 것입니다. 누군가는 금을 장롱 속에 넣고 안심을 느끼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USB 지갑 하나에 자산을 넣고 전 세계를 자유롭게 이동하는 데서 신뢰를 느낍니다. 두 세대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위기에서의 안전'을 정의하고 있는 셈입니다.

 

 

 

안전자산인가, 고위험자산인가?

 

그러나 모든 것이 그렇게 단순하진 않습니다. 비트코인은 변동성이 극심한 자산입니다. 2021년 이후 비트코인 가격은 수차례 큰 폭의 등락을 겪었고, 2022년 말 터진 FTX 사태는 전 세계 암호화폐 시장에 큰 충격을 안겨주었습니다.

 

FTX는 한때 세계 2위의 암호화폐 거래소로, 젊은 천재 창업자 샘 뱅크먼-프리드(Sam Bankman-Fried)가 이끄는 기업이었습니다. 그는 미국 정치권과 기부, 스포츠 스타들과의 협업 등으로 대중적인 인지도를 쌓았고, FTX는 업계의 신뢰를 얻는 듯 보였습니다. 그러나 FTX 내부에서 고객 예치금을 무단으로 계열사에 빌려주고, 그 자금을 고위험 투자에 사용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신뢰가 붕괴됐고, 순식간에 수십억 달러 규모의 유동성 위기를 맞으며 파산하게 됩니다.

 

이 사건은 암호화폐 생태계의 구조적 취약성과, 거래소 중심의 의존도, 그리고 규제의 부재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드러낸 대표적인 사례가 되었습니다. 많은 개인 투자자들이 예치금을 돌려받지 못했고, 암호화폐 전체에 대한 회의감이 확산되었습니다.

 

반면 금은 수세기에 걸쳐 서서히 가치를 쌓아온 자산으로, 갑작스런 붕괴의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습니다. 금 시장은 글로벌 단위의 거래소와 정제소, 보관 기관, 규제 프레임이 확립되어 있으며, 제도권과 깊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신뢰 기반이 더욱 탄탄합니다.

 

또한 규제 문제도 있습니다. 금은 전 세계적으로 통일된 시장과 세제 시스템이 존재하지만, 비트코인은 각국의 규제 상황에 따라 투자 환경이 급변할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암호화폐 과세, 거래소 등록 요건, 코인 상장 요건 등의 이슈가 지속적으로 논의되고 있으며, 여전히 제도적 불확실성이 큽니다.

 

즉, 비트코인은 금처럼 안전자산이라기보다는, 미래의 안전자산이 될 수도 있는 가능성의 자산이라 볼 수 있습니다. 기술적 신뢰와 사용자 기반이 충분히 확대된다면, 그리고 제도권 안에서 그 입지를 다질 수 있다면, 비트코인은 언젠가 금처럼 자리 잡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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