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시대, 무엇을 믿을 수 있을까?
인플레이션, 금리 인상, 전쟁, 통화 불안, 그리고 부채의 산더미. 우리는 지금, 불확실성의 시대 한가운데에 서 있습니다. 이럴 때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무엇이 안전한가?"를 묻습니다. 그리고 그 질문은 종종 '금과 달러'라는 두 고전적인 자산으로 향합니다.
달러는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기축통화이고, 미국 국채는 글로벌 투자자들의 피난처로 여겨집니다. 하지만 동시에, 미국의 막대한 부채와 통화 남발, 그리고 정치적 분열은 달러에 대한 회의감을 키우고 있습니다. 반면, 금은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실물 자산으로서, 오랜 시간 동안 인플레이션과 위기의 시대에 빛을 발해왔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이 시대에는 무엇이 진짜 안전자산일까요?
인플레이션과 금 — 오래된 공식의 힘
역사적으로 금은 '인플레이션의 방패'로 여겨져 왔습니다. 특히 1970년대, 닉슨 쇼크로 금본위제가 폐지되면서 미국 정부는 더 이상 달러를 금으로 바꿔줄 의무가 없어졌고, 달러 발행이 느슨해지면서 물가가 빠르게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연 10%를 훌쩍 넘었고, 빵값은 몇 달 사이에 두 배가 되는 등, 서민들의 생활비 부담은 급증했습니다. 월급은 그대로인데 장바구니 물가는 매주 오르니, 사람들은 마트에서 사재기를 하기도 했고, 일부는 기름이나 설탕, 커피 같은 생필품을 대량으로 비축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은 점점 달러보다 금을 믿기 시작했고, 금값은 단 10년 만에 약 10배 가까이 폭등했습니다. 금은 더 이상 장식용 귀금속이 아니라, '가치가 보존되는 안전한 자산'으로 새롭게 각인된 것이죠.
금은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통화와 달리, 인위적으로 찍어낼 수 없습니다. 채굴과 공급에는 한계가 있으며, 그 희소성과 역사적 신뢰는 금을 '가치 저장 수단'으로 만들어줍니다. 특히 화폐 가치가 급격히 하락하는 시기, 금은 실물 자산으로서의 존재감을 다시금 드러냅니다. 이는 단순한 이론이 아니라, 과거 여러 국가들의 역사적 사례에서 반복적으로 입증된 공식이기도 합니다.
달러는 여전히 강한가?
그렇다면 달러는 어떤가요? 사실 최근 몇 년간 달러는 꽤 강세를 보였습니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빠르게 올라가면서, 달러는 높은 이자를 주는 '수익성 있는 통화'로 여겨졌고, 세계 경제가 흔들릴수록 사람들은 달러를 찾았습니다. 특히 미국 경제가 팬데믹 이후 비교적 빠르게 회복하면서, 글로벌 투자자들은 다시 달러 자산에 주목하게 되었죠. 예를 들어, 2022년과 2023년 사이 원/달러 환율은 1,400원을 넘어서며 한국 투자자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같은 시기 아르헨티나, 튀르키예 등 신흥국의 통화가치는 큰 폭으로 하락했고, 이들 국가에서는 달러 예금이 다시 급증하는 현상이 벌어졌습니다.
하지만 달러 역시 완벽한 자산은 아닙니다. 미국 정부의 부채는 이미 34조 달러를 넘어섰고, 계속된 재정적자와 부채한도 논쟁은 달러의 장기 신뢰도에 의문을 남깁니다. 2023년에는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 위기가 반복되며, 국제 금융 시장이 일시적으로 흔들리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세계 각국은 점점 '달러 없는 거래'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브릭스 국가들은 무역 결제를 자국 통화로 전환하거나 금으로 보유 자산을 다변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즉, 달러는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쓰이는 통화이자 강력한 기축통화이지만, 금처럼 정치적 영향에서 자유로운 완전한 실물 자산은 아닙니다. 미국의 정책 변화, 부채 리스크, 지정학적 긴장 등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금과는 성격이 다른 '상대적 안전자산'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어디에 기대야 할까?
결국 진짜 질문은 이것입니다 — 완전한 안전자산은 존재하는가?
아마도 그 답은 '없다'일지도 모릅니다. 다만, 각 자산의 성격을 이해하고, 시대의 흐름에 따라 균형 있는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이 최선일 것입니다. 금은 위기의 순간에 신뢰를 보완해주는 실물 자산이고, 달러는 국제 거래와 유동성 측면에서 여전히 막강한 수단입니다.
투자자는 어느 한 자산에 맹목적으로 의존하기보다는, 이 둘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불확실성을 분산해주는 자산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다음 편 예고▶️ “금 vs 비트코인: 금을 믿을까, 비트코인을 믿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