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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은 왜 만들어졌는가? 금융 공황과 JP모건의 개입부터 1913년 연방준비법까지

by 업타운 위너 2025. 3. 10.

1907년 금융공황, '중앙은행 없는 나라'의 한계가 드러나다

 

연방준비제도(Federal Reserve System), 이른바 '연준(Fed)'이 미국 역사에 공식 등장한 것은 1913년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뿌리는 1907년, 미국 금융 시스템 전체가 무너질 뻔했던 심각한 위기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미국에는 중앙은행이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민간은행들이 각자 화폐를 발행했고, 금융 시스템은 통일된 규제 없이 극히 분산적으로 운영되고 있었지요. 그러던 중 1907년, 뉴욕의 한 투기성 신탁회사가 구리 시장에 대한 무리한 투자에 실패하면서 대규모의 불신이 촉발되었습니다. 

 

이 회사가 파산 위기에 처하자 뉴욕 시내 은행들 사이에서 불안감이 퍼졌고, 사람들은 한꺼번에 은행으로 달려가 현금을 인출하려 했습니다. 바로 '뱅크런(Bank Run)' 현상이 시작된 것이었습니다. 뱅크런은 삽시간에 퍼져나가 전국 수백 개의 은행이 문을 닫았고, 기업들은 자금줄이 끊겨 도산하기 시작했습니다. 

 

뉴욕 증시는 패닉에 빠졌고, 금융 시스템 전체가 붕괴 직전까지 몰리게 됩니다. 이 사건은 훗날 '1907년 금융공황(Panic of 1907)'으로 기록되었고, 미국 사회에 중앙은행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만드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습니다.

 

당시 대통령은 시어도어 루스벨트(Theodore Roosevelt)였지만, 공황이 확산되던 그 시점에 그는 백악관이 아닌 휴양지에 머무르고 있었습니다. 정부의 개입은 미미했고, 시장은 무정부 상태에 빠졌습니다. 이때 민간의 한 거물이 등장합니다. 바로 금융재벌 존 피어폰트 모건(J.P. Morgan)이었습니다.

 

연준은 어떻게 탄생했을까요? 1907년 금융공황과 JP모건의 개입부터 연방준비법 제정까지, 미국 중앙은행의 뿌리를 되짚어 보는 업타운 위너스 블로그 글의 썸네일 이미지 입니다.
연준은 왜 만들어졌는가? 금융 공황과 JP모건의 개입부터 1913년 연방준비법까지 - 업타운 위너스 이미지 제공

 

 

J.P.모건과 금융 엘리트들, 미국 금융 구조를 움직이다

 

J.P.모건은 자신이 소유한 은행을 비롯해, 다른 대형 금융기관들과 함께 사비를 들여 문제의 은행과 기업들을 긴급 구제합니다. 그는 뉴욕 월스트리트의 은행가들을 한 방에 모아놓고, 일방적으로 자금을 집행하며 위기를 진화했습니다. 그야말로 민간에 의한 "비공식 중앙은행" 역할이었고, 시장은 그의 개입으로 가까스로 안정을 되찾았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은 미국 사회에 큰 충격을 남겼습니다.

 

"우리는 언제까지 한 개인에게 금융 시스템 전체를 의존해야 하는가?"

 

이 물음은 곧 정치권과 학계, 산업계 전반에서 제도 개혁에 대한 공감대를 만들어냈습니다. 또한 J.P.모건 외에도 당시 미국의 금융을 좌우했던 이름들이 대중적으로 회자되었습니다. 

 

  • 로스차일드 가문(Rothschild family)은 유럽과 미국의 금융 산업에 막대한 영향력을 끼친 국제적인 은행 가문으로, 19세기부터 대형 인프라 프로젝트와 전쟁 자금 조달에 깊이 관여해온 집안입니다. 
  • 록펠러 가문(Rockefeller family)은 스탠더드 오일(Standard Oil)로 상징되는 석유 산업의 제국을 세우며 미국 산업 자본주의를 대표했고, 이후에도 금융과 자선재단 등을 통해 영향력을 유지해왔습니다. 
  • 쿤 루브(Kuhn, Loeb)는 유대계 은행으로서 철도와 산업 금융에 깊숙이 관여했던 투자은행이며, 당시 대규모 자본 조달의 중추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 앤드루 카네기(Andrew Carnegie)는 철강 산업의 황제로 불리며 미국 산업화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카네기 홀을 만든 그 카네기 맞습니다.) 
  • 존 D. 록펠러(John D. Rockefeller)는 석유 산업을 넘어 금융·정치 분야까지 장악한 초대형 자본가였습니다. 

이들은 모두 미국 경제의 실질적인 권력을 가진 이른바 '금융 귀족(Financial Aristocracy)'으로 여겨졌고, 이들의 행보는 연준 설립을 둘러싼 사회적 분위기와도 깊이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연방준비법 제정: 미국 최초의 중앙은행 시스템 탄생

 

결국 6년 후인 1913년, 우드로 윌슨(Woodrow Wilson) 대통령의 서명 아래 '연방준비법(Federal Reserve Act)'이 제정되며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중앙은행 시스템이 만들어졌습니다. 이 법은 단일한 중앙은행이 아닌, 12개 지역별 연방준비은행(Federal Reserve Banks)을 두고 이를 감독하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Board of Governors)를 구성하는 이중 구조로 설계되었습니다.

 

이 법의 핵심 골자는 다음과 같습니다:

  • 금융시장의 유동성을 안정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기관을 만든다
  • 은행 간 대출과 어음 할인 기능을 통해 시장에 자금을 공급한다
  • 은행들을 감독하고,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연방준비제도는 완전히 정부 기관도, 완전히 민간 기업도 아닙니다. 바로 이 지점이 가장 흥미롭고도 독특한 구조입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미국 대통령이 임명하는 7명의 이사로 구성된 공공 조직이지만, 그 아래의 12개 연방준비은행은 민간 은행들이 출자하여 설립한 일종의 '준공공기관'입니다. 이 독특한 혼합 구조는, 중앙정부의 통제와 지역 금융권의 독립성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려는 의도가 담겨 있습니다.

 

1913년 제정된 이 구조는 이후 대공황, 전쟁, 금융위기 등 숱한 시험대를 거치며 일부 조정되었지만, 그 근간은 지금까지도 유지되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제를 설계하는 심장부로서, 연준은 이렇게 태어났습니다.